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인터뷰

by 주권자전국회의 posted Dec 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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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협정으로 북미평화협정 견인할 필요 있어”

<만나고 싶었습니다> 서재정 일본 국제기독교대학 교수

 

<주권자>에서는 한반도 정세가 격변한 해인 2018년을 총정리하는 송년 특집 인터뷰로 서재정 교수와 말씀을 나누었습니다. 2018년에 이루어낸 한반도 평화와 남북 화해라는 커다란 진전이 사상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에도 불구하고 북미관계가 불투명해진 듯하면서 다소 주춤해진 상태입니다. 더 진전된 평화체제를 위한 숨고르기인지, 아니면 지체 혹은 과거로 회귀하려는 조짐인지 이 분야 전문가로 오래 연구해 오신 서재정 교수님께 들어봤습니다.

 

서재정 교수는 현재 일본 국제기독교대학에서 정치·국제관계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코넬대학교 교수를 지냈습니다. <한겨레> ‘세상 읽기’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창작과 비평> 2018년 가을호에 ‘트럼프 독트린과 한반도’를 발표하는 등 북미관계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서재정 교수1.jpg

 

정해랑 : 바쁘신 가운데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수님은 국제정세에 대해 오래 연구하셨고 이 분야 전문가이고 권위자이시므로, 올해의 한반도 정세 변화에 대한 생각이 남다르실 것 같은데, 이에 대한 소회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한반도에서 핵무기 사용에 대한 말이 나온 건 1950년이었습니다. 미국이 북에 대한 핵을 사용하겠다고 한 것이지요. 1950년 11월 30일입니다. 이 날이 한반도에서 핵위기가 시작된 날입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을 하면서 북에 대한 핵무기 사용을 고민하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발언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굉장히 충격적인 발언이었습니다.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동맹국인 영국 수상이 비행기 타고 그 다음 날 워싱턴에 와서 그 발언은 재고해 달라고 말합니다. 지금은 다 아는 사실이 됐지만 문재인 대통령을 낳았던 부모님이 흥남 철수 때 북을 떠난 거잖아요. 그 두 분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피난을 갔습니다. 단순히 전쟁을 피했다는 의미뿐만 아니라 핵무기가 북한에 떨어질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있어서 그 특정 시기에 많은 사람이 남쪽으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 시기 다시 말해서 1950년 12월에 피난민이 많이 발생한 게 트루먼 대통령의 발언 때문입니다. 장전호 전투에서 미국이 최초로 중국 지원군과 대접전을 하는데 참패를 당합니다. 그 참패에 대한 반작용으로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발언한 것입니다. 그 결과 핵무기가 그 지역에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위기의식이 굉장히 많이 유포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그 기억들이 많이 잊히고 핵무기로 세상을 위협하는 건 북한뿐이라는 편협하고 왜곡된 인식이 퍼져나갔습니다. 1950년이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한국전쟁 시기, 한국전쟁과 맞물려 태생한 것이 한반도 핵 위기이고 핵위기를 종식시키기 위해서도 한국전쟁에 대한 올바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역사적 인식이 필요합니다. (미국은 실제로 1952년에 한반도에 핵을 배치한다 – 편집자 주)

 

정 : 일반적으로 90년대의 이른바 북핵 위기에 대응해서 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가 된 것처럼 인식하고 있는데 교수님은 그렇지 않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왜 그렇게 보아야 할까요?

 

서 : 한국전쟁이 발발한 시기부터 심지어는 북한 정권이 수립된 48년부터 수많은 제재가 취해졌습니다. 미국의 독자적 경제 제재는 엄청납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에 공산정권이 수립된 것이 소련을 정점으로 하는 세계공산주의 확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북한 정권에 대한 제재가 가해진 것이 그때가 처음이고 지금까지 그러한 제재들이 가해지고 있습니다. 이어서 한국전쟁을 기점으로 북한에 더 많은 제재들이 가해집니다. 6-70년대에도 새로운 제재들이 첨가됩니다. 90년대 이후 가해진 제재 이외에도 수많은 제재가 가해져 왔습니다.

 

북미관계 협상 과정을 제대로 보려면

1950년부터 시작된 북미 역사를 먼저 제대로 봐야 한다 

 

이런 역사에 대한 북의 입장을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 그러냐 하면 지금 트럼프 정부나 많은 사람들이 올해 들어서 북핵 문제 협상에서 진전이 있었던 것이 북한이 제재에 굴복한 결과라고 말합니다. 최대의 압박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이지요. 이것은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 평가입니다. 북한에 대한 제재는 48년부터 수십 가지 수백 가지가 넘게 있었습니다. 북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제재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정 : 그러면 90년대 이후의 제재는 그 이전의 제재와 질적으로 다른 점이 있을까요?

 

서 : 최근 제재는 그 이전 제재의 망을 더 촘촘하게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 제재 중 중요한 것은 북한을 세계 금융이나 무역체제에서 고립시키는 것이었어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세계금융체제를 구축했습니다. 세계은행, IMF, WTO(당시는 GATT) 이렇게 세 개의 금융체제를 구축했는데. 과거의 제재는 이들을 통해 북을 미국 중심에서 고립시키는 것이었지요. 예를 들어 북한이 세계은행에 가입하거나 IMF 금융지원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가 없어요. 이들 기관의 미국 대표가 북한의 신청을 거부하게 미국의 법으로 되어 있어요. 제도적인 고립이라고 할까요.

그런 것이 이전 제제였다면 최근 제재는 당시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던 공산권을 포함하는 제재가 되었지요. 공산권 국가들까지 참여하게 하는 것이 추가된 것과 제도적 고립의 밖에 있었던 교역, 교류까지 제한한다는 면에서 그 이전의 제재를 더 촘촘하고 강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존재합니다. 

 

정 : 핵을 통한 미국의 압박은 억지전략이었다고 하셨지요. 그러다가 소련이 붕괴되고 선제공격 전략으로 바뀌고 오바마 정부에서 이것을 다시 억지 전략으로 바꾸는데 그런데도 북의 핵개발은 계속되었거든요. 그걸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오바마행정부, 유일하게 북한만 선제공격 대상으로 남겨둬

‘미국의 강경정책의 직접적 결과가 북의 핵개발 역사’

 

서 : 북한이 첫 핵실험을 한 것이 2006년입니다. 오바마 행정부 기간에 4-5 차례 핵실험을 했어요. 부시 행정부 시기와 오바마 행정부 시기에 집중적으로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 중요한 팩트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가 중요해요. 그 시기에 핵실험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매진한 것은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 전략이 주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제재를 통해 북을 고립시키고 군사적으로 북을 억제하는 전략이었다면 부시 정부에서는 선제적으로 공격해서 바꾸겠다는 겁니다. 그 대상으로 이라크 이란 북 등 소위 악의 축을 지정하지요. 선제공격 독트린이 실제로 이라크에서 이뤄졌고 북이나 이란에서 집행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됩니다. 지금까지 대응 방식으로는 자신의 체제를 지킬 수 없겠다고 파악한 것이지요. 그것이 핵무기 개발이라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아이러닉한 것은 오바마 정부에 들어서 부시 정부의 선제공격 독트린을 완전히 뒤집었어요. 미국은 이제 선제공격 안 한다, 동맹국과 함께 한다고 하면서 선제공격과 일방주의를 번복했어요. 그런데 북한은 예외로 남겼어요. 북은 여전히 미국의 선제공격을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국가로 남아요. 당시 한국의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같은 보수적 정부,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뒀던 정부가 미국의 동맹국이 되면서 보수적인 정부와 오바마 정부가 북의 붕괴를 염두에 두는 군사작전까지 간 거죠.

 

그래서 부시 행정부 때보다 오바마 행정부 때 대북 군사적 압력이 더 높아졌습니다. 소위 말해 오바마 정부에 들어와서 취한 대북전략이 북에 맞게 정교하게 공격을 하겠다는 것이에요. 북의 입장에서는 더 위협을 느끼게 됐을 겁니다. 위기감이 더 높아진 것이지요. 모두가 북한의 붕괴를 염두에 두는 강경정책을 쓰니까 북에서도 이 시기에 핵실험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입니다. 저는 북의 핵개발 역사가 미국의 강경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봅니다. 

 

정 : 왜 하필 북한만 예외로 했을까요?

 

서 : 오바마 정부 때 북한만 예외로 한 것은 핵확산금지조약인 NPT를 지키겠다는 측면도 있었어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어요.

 

하나는 오바마 행정부 안에서 자유주의 국제주의 추구자들이 NPT 체제를 지켜야 하는데 북한은 거기 있다가 나왔기 때문에 북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서 NPT에 복귀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북이 복귀하지 않는 한 군사적 압박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실제 이런 주장을 하는 당국자들과 대화하면서 놀랐는데 자유주의자라고 하는, 민주당에서 전통적인 외교노선을 주장하는 자들이 이런 주장을 합니다.

 

다른 하나는 보수적인 입장입니다. 2008년에 김정일 위원장이 쓰러졌습니다. 2011년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들 보았어요. 김정일 위원장이 2011년을 기점으로 죽으면 북은 붕괴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래서 북과 협상하기보다 제재를 강화하고 군사적 압박을 강화해서 조이면 북이 굴복하지 않겠냐는 강경노선을 주장하던 사람들이 있었던 거지요.

 

묘하게 오바마 정부에서 대북강경노선이 합의가 된 거에요. 여기에 한국정부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인이 필요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취했던 노선 중 중요한 것이 동맹국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그 시기 한국에 보수적 정부가 들어섰지요. 한국정부의 입장이 오바마 정부에 많이 반영됐을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정 : 트럼프 정부의 등장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미국 정치나 경제가 트럼프 같은 사람을 요구하는 면이 있었나요? 아니면 트럼프라는 개인의 특성이 크게 작용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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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등장, 패권국에서 강대국으로 전이되는 과정

신중상주의와 신현실주의의 상호보완과 충돌의 과정

 

서 : 양자가 다 작용을 했겠죠. 일단 미국이 구조적으로 어떤 변화를 모색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닌가 판단이 됩니다. 경제적으로 봤을 때 2차 대전이 끝나고 나서 미국을 중심에 놓는 세계경제체제를 만들어 운영을 했는데. 그것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미국이 비용을 계속 대야 가능한 부분이 있어요. 그 제도에서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고 여러 국가들을 받아들이기 위해서 그 국가들에 혜택을 나눠줘야 해요. 한국과 일본도 그 제도 하에서 성장하며 이득을 본 면이 있어요. 중국도 이 제도에 들어오면서 급격하게 성장해요. 양면이 공존한다고 보아야지요. 

 

이 체제 자체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비용 대 편익을 생각해 볼 때 미국의 이득이 있는가 생각해 볼 시기가 되었지요. 가장 큰 경제력과 군사력을 가지고 세계를 운영을 하되 제도를 만들어 운영했다면, 이제는 비용지출이 너무 과다한 게 아니냐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어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판단하는 거죠. 미국보다 중국이나 다른 국가들이 더 이득을 보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발생하는 거지요. 트럼프라는 인물이 나온 게, 미국우선주의가 나온 게 돌발변수도 있지만 메인 스트림에 들어가지 못한 백인들이 불만을 트럼프에 실어준 측면이 존재해요. 구조적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헤게모니로 세계를 운영하는 데에서 오는 한계의 반작용이 아닌가의 면에서 접근해야겠지요.

 

정 : 트럼프 정부의 대외정책의 특징에서 비핵화와 두 개의 평화체제라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 점에 대해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서 : 경제적으로는 헤게몬(패권국)에서 강대국으로 전이되는 과정이 아닌가 싶고, 제도를 통해서 미국의 이익을 지킨다기보다는 제도를 흔들고 미국의 직접적 힘의 행사로 이득을 취하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이익에 맞지 않는 조약이나 제도에서 탈퇴하는 것이지요. 그런 경제적 형태를 신중상주의라고 표현합니다. 경제적으로는 신중상주의라는 모습으로 나타나서 다른 나라를 흔들어 미국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합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는 힘이 약해졌지만 군사적으로는 여전히 최강국입니다. 미국의 국방비가 2-8위인 국가의 국방비 합보다 더 많아요. 미국 군사력은 세계 최강입니다. 미국이 경제적으로 열세인 것을 군사적으로 만회하겠다는 욕구가 강해진 시기라고 봐요. 미국의 군사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욕구를 신현실주의라고 표현할 수 있어요.

 

이 둘이 상호보완적입니다. 흔드는 데 중요한 게 군사력이니까 신중상주의의 보완제 역할을 신현실주의가 해요. 신중상주의로 가기 위해서는 군사비를 줄여야 하는데 경제에 자본이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군사력에 자본이 집중되어요. 동시에 둘 사이에 긴장 관계가 존재합니다. 이렇기 때문에 미국이 동맹국에 부담을 전이하려는 모습을 보여요. 한국, 유럽 등에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는 것이지요. 보완적이면서 상충적인 모습입니다.

 

트럼프의 예측불가한 돌발주의, 충동성 행동이라는 개인적 요소도 작용하지만, 구조적으로 봐도 신중상주의와 신현실주의가 상호보완과 상호충돌을 하기 때문에 예측 불가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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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힘이 문재인 정부의 대미 목소리를 높여

미국과 북한, 촛불이 이끈 남한 사회의 변화에 주목할 것

 

정 : 미국 정책의 변화와 국내 정세가 갖는 관계가 어느 정도 있을까요? 다시 말해서 국내 정세의 변화가 미국 정책을 변화하게 만든 점은 있다고 보시는지요? 

 

서 : 저는 아까 오바마 정부를 말하면서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에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평가했는데, 이것이 한미관계의 변화된 모습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6-70년대 한미관계와는 다른 한미관계이지요. 한국의 국력과 위상이 분명히 확대된 측면이 존재합니다.

 

물론 한미관계에서 갖는 한계도 분명하지만. 특히 중요했던 것은 2017년에서 2018년으로 넘어가면서 문재인 정부가 한국정부의 동의 없이는 전쟁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지요. 한반도에서 한국정부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내기 시작했다는 게 저는 굉장히 큰 변화였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원칙 하에서 올해 초로 계획되었던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연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한미정부간에 완전한 합의가 된 것은 아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TV와의 인터뷰에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공식화하고 결국 그것을 현실화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역할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인색할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한국정부의 역할이었죠. 특히 군사안보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미국을 견인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그런 것을 해낸 것이죠. 한반도에서 한국의 동의 없이는 전쟁은 없다는 대원칙을 세우고 그것으로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이끈 것은 아주 중요해요.

 

이것이 북의 움직임도 끌어내는 데 중대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북에서는 공식적으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북의 상응조치를 이끌어 냈다고 봐야죠. 문재인 정부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촛불의 힘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문재인 정부 자체가 성립이 안 돼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고 심지어 한미관계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데는 촛불시민사회의 힘이 밑바닥에 있다고 생각해요. 북에서도 이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볼 때 정부도 달라졌고 사회도 달라졌다면 남북 대화와 교류도 본격적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판단했을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이 정상회담과 교류로 나타났다고 생각합니다. 

 

정 : 미국은 다양한 세력이 있는 사회라고 볼 수 있는데요, 반미주의자는 다 미국에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다양성이 있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지 않습니까? 평화를 옹호하는 세력과 전쟁을 불사하고자 하는 세력이 어떠한 분포로 어느 정도 힘을 갖고 있는지, 또 상호 관계가 어떠한지 들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서 : 앤드류 바세비치의 <워싱턴룰>이란 책이 있어요. 이 사람의 주장 요지는 워싱턴의 대외정책을 지배하는 집단이 존재한다는 거예요. 이 집단은 정부 관료와 싱크탱크, 언론인들을 중심으로 한, 워싱턴 안에 있는 정책결정집단을 지칭해요. 앤드류 바세비치는 이 사람들이 미국의 외교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군사주의로 몰아가고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무장관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미국의 기본 외교정책은 이 집단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거지요.

 

기본 지향은 미국이 군사력으로 세계를 지배해야 한다는 겁니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45년부터 지금까지 보면 군사력이 계속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행되었고, 민주당이 집권해도 심지어 오바마 때마저 그에 대한 변화는 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설득력 있는 주장입니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고한 관료집단이 펜타곤입니다. 어느 통계를 보면 국방부 소속 군악대원 수가 미국 외교관 수보다 많다고 해요. 우리는 외교관을 접할지 모르겠지만 수나 예산에서 비교가 안 되는 거지요. 정책 결정할 때 예산 규모가 그 집단의 힘을 결정하는데, 미 정부 안에서 국방부가 차지하는 힘을 알 수 있습니다. 

 

군산복합체가 미국의 경제 규모에서 얼마를 차지하느냐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외교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데 군산복합체가 여전히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정책결정집단, 그리고 이들의 군사주의적인 정책으로부터 이득을 보는 국방부나 군산복합체 등이 미국의 군사주의적인 외교정책을 추진하는 세력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그 나머지는 이 방향에 동의하지 않고 이익을 본다기보다 손해를 볼 수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물론 투표할 때는 다른 형태로 드러날 수 있고 일단 이해관계 대립으로만 볼 때 현재 미국의 이해관계에서 이득을 보는 수는 극소수이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그런 정책으로부터 고립 배제되어 있고, 피해 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미국의 정책을 보다 평화적으로 만들자고 주장하는 세력은 많지 않다고 봐야죠. 미국 안에서도 풀뿌리 평화운동을 하는 단체들이 있고, 언론이나 싱크탱크에서도 그런 내용을 피력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정책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주류에 비해 훨씬 약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정 : 남북관계가 올해 들어서 놀랍게 변했는데요, 여전히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훼방하려는 세력들이 많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들은 거의 친미세력이었는데요, 미국이 북미대화를 추구할 때 이들이 친미에서 일탈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보시는지요. 

 

서 : 그런 사람들을 친미라고 부르는 게 맞을까 생각해요. 기존의 냉전, 분단, 군사주의를 지지하고 그로부터 이득을 보는 집단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이러한 냉전이나 군사주의적인 정책이 미국 핵심 정책결정자들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미국을 지지하는 친미로 이야기가 된 거죠. 하지만 미국을 엄밀히 나눠서 본다면 미국 안에서도 그런 정책을 지지하고 추진하는 세력은 소수입니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군사주의를 지지하는 국내세력들은 친미세력으로 보기보다는 냉전군사주의 세력이라 불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사람들 중에서 보다 친미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은 트럼프같이 기존 군사주의 정책에서 다른 정책으로 갈 경우 좀 헷갈릴 수도 있겠죠. 분화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가 통상적으로 친미라고 부르는 세력 중 일부는 분화되어 나와서 북미관계 개선을 지지할 수 있는 변화도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친미세력이라 부르는 그룹 중에서도 핵심은 분단, 냉전 전쟁에 존재 기반을 가진 자들이고 이 사람들의 존재 기반은 워싱턴 주류세력의 존재 기반과 같으니까 이 둘은 계속 같이 갈 가능성이 높아요. 이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반도 평화분위기를 어렵게 할 우려는 있습니다. 

 

정 : 북미 관계가 진전될 가능성은 어느 정도 보시는지요. 미국의 국익과 북의 국익이 본질적으로 상충되기 때문에 더 이상 진전이 어렵다고 보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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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을 세 개나 미리 내준 북한…굉장히 예외적

북 자신감과 한국사회 변화가 있어 가능…더 이상 양보는 없을 것

 

서 : 현재의 상황을 생각하면 옛날이야기 하나가 떠오릅니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하는 이야기있지요. 그러다가 결국 잡아먹힌 이야기인데요. 어렸을 때는 이 이야기를 왜 하나 했는데. 머리가 커서 보니까 여기에 진짜 중요한 조상의 지혜가 숨겨 있어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과정이 그것이죠. 제물포 내주면 안 잡아먹지, 외교권 주면 안 잡아먹지, 군사권 주면 안 잡아먹지, 하다가 결국은 조선을 식민지로 다 먹은 것 아닌가요. 아마도 그런 경험의 경고로서 나온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어떻게 보면 이 교훈을 가장 뼛속 깊이 체득한 나라입니다. 주체를 내세운 것도 그것이고. 외국과의 관계에서 절대 떡 하나 내주지 않으려 하지요. 상응하는 대가가 없으면 떡 하나 먼저 내주는 경우가 절대 없어요. 그런데 김정은이 올해 예외적인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떡을 적어도 세 개를 그냥 주었어요. 구속된 외국인 석방, 핵시설 폭파, 미사일 기지 해체 등이 그것이지요. 북의 기존 패턴에서 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북의 자신감과 한국사회의 변화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어요. 하지만 더 이상의 양보는 어려울 겁니다. 미국에서 상응 조치들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전에는 북이 떡을 더 내놓을 가능성은 굉장히 적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현 상황을 엄중히 봐야 한다고 봐요. 지금까지는 떡값 하나도 안 내고 떡을 세 개나 먹었으니 잘하면 몇 개 더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데 잘못된 판단입니다.

 

자칫 잘못하면 내년에 미국이 허를 찔릴 수도 있는 상황이에요. 저는 떡을 세 개나 받은 것에 대해 과신해서는 위험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내년 국면이 결정될 겁니다.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 그에 따라 북도 더 크게 상응조치를 취할 것이고, 북미 남북관계가 평화체제 구축으로 빠르게 진전되겠지요. 상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그러한 변화가 굉장히 어려울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트럼프 정부가 신중상주의 신현실주의 두 축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신현실주의 쪽으로 축이 기울면 상응조치를 내오기가 점점 어려울 것이에요. 반대로 신중상주의로 기울면 상응조치를 내세우면서 북미관계 변화가 가속도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평가할 수 있어요. 미국의 국익과 북의 국익의 상충이라는 것은 막연한 이야기이고, 미국의 트럼프 정책이 신중상과 신현실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하느냐를 면밀히 볼 필요가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정 : 북미 관계가 진전되어서 종전선언이 이루어지고, 북미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에 일본을 비롯한 중러, 유럽 등은 앞으로 어떠한 반응을 보일까요?

 

서 : 미국이 평화체제 방향으로 가면 북일 국교정상화가 빠르게 갈 수 있어요. 아베 정부의 최대 관심사가 개헌이긴 한데, 일본의 대외정책은 미국이라는 대외변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북미관계의 변화에 따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요. 그 중 가장 중요한 조치가 외무성 안에 동북아2과를 설치한 것입니다. 그 전에는 한 개 부서에서 한국과 북한을 동시에 다뤘는데 이제 그 과를 나눴어요. 한국, 북한을 각각 전담하는 과를 신설했어요. 인원 충원도 끝났다고 합니다.

 

외무성 내에 북한 전담 부서를 만들었다는 것은 큰 변화라고 생각해요. 일본에서 아베 정부를 넘어서 장기적으로 북한과 교섭이 재개되고 외교관계가 수립되는 것까지 고려한 포석이라고 봅니다. 일본 정부에서 장기적 포석으로 준비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어요. 아마 북미관계 변화조짐이 뚜렷하면 이런 준비작업이 보다 더 현실화될 수 있을 겁니다.

 

중국은 쌍중단이 기본적인 방침이었고, 쌍중단을 통해서 평화조약으로 가고 비핵화로 간다면 중국의 기본정책과 맞물리는 것이기 때문에 중국으로서는 환영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국과 미국의 국익 충돌 가능성이 있어요. 중국 입장에서는 평화체제와 비핵화가 중요한 게 일대일로가 한반도를 통해 확대될 수 있는 중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9월에 요녕성에서 일대일로를 단둥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어요. 중국과 북한, 블라디보스톡을 연결해서 동북아시아 철도. 교통망을 연결하고, 블라디보스톡에서 한반도를 빙 돌아서 옛날에 포르스노트라고 불렀던 데, 러일전쟁을 했던 곳인데요 그곳까지 육로와 해로로 연결해서 동북아시아를 하나의 경제구역으로 만들고 그것을 하나의 일대일로로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일대일로는 주로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를 연결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이제는 동북아시아까지 확대하고 블라디보스톡을 중심으로 한 극동아시아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한반도 비핵화가 되면 이 구상이 더 현실화돼요. 환아시아경제권을 만드는 것이지요. 더 크게 유라시아가 완결되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이냐 문제가 첨예하게 등장할 것입니다. 안 그래도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량이 훨씬 많은데 미국경제가 유라시아 대륙에서 고립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발생합니다. 미국과 중국과의 무역 분쟁 등이 더 첨예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이 존재하지요. 

 

그래서 한국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한반도 평화체제를 구성하고 중국의 일대일로와 한반도를 연결하게 유라시아 대통합을 이루면서 한국은 태평양과 미국을 연결하는 통로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요. 중국과 미국을 연결해 주는 키포인트가 한국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정 : 북미평화협정 이후 동북아의 세력 균형 문제를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서 : 세력균형 자체가 옛날 개념입니다. 세계 구조를 봤을 때 세력 균형을 이야기하던 19세기와는 다른 경제구조가 됐어요. 지금 구축된 경제체제라는 것은 초국적인 분업체계에 의해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국가 간을 떼어 놓고 국력을 비교할 상황이 아닙니다. 세력균형을 이야기할 때만 해도 땅, 인구 크기가 국력을 좌지우지 했어요, 나폴레옹 전쟁 이후 유럽을 재편할 때만 해도 어떻게 국가들의 크기와 자원 배분을 고려해야 국가간의 균형이 되느냐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지금은 국력이 땅의 크기, 자원 규모로 결정되지 않아요. 상호연결성 속에서 어떤 레버리지를 갖느냐가 더 커지고, 교류의 이점을 어떻게 하면 더 크게 할 거냐가 그 나라의 흥망성쇠를 결정해요.

 

과거의 개념을 들이대는 것은 21세기에 맞지 않아요. 21세기에는 유라시아라는 새로운 경제권을 만들 것이냐, 유라시아와 아메리카태평양 경제권, 두 경제권이 서로 경쟁 대립하며 세계를 경영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냐, 유라시아가 아시아태평양마저 아우르는 상황이 될 것이냐 하는 비전을 둔 경쟁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습니다.

 

북미 적대관계 해소 없이 핵무기 포기 없을 것

남북평화협정으로 북미평화협정 견인할 필요 있어

 

정 : 만약 미국이 남북만의 평화협정을 요구하고, 자신들은 비핵화의 결과만 갖겠다고 할 때 북은 어떠한 태도를 보일까요?

 

서 : 저는 그것을 말하기 위해 두 개의 평화체제라는 개념을 사용했습니다. 한반도에서 평화 체제를 이야기할 때 남북간의 평화체제를 말할 수 있고 북한과 미국 간의 평화체제라는 두 개의 평화체제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한국전쟁의 당사자가 남북미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도 미국과의 적대관계 때문입니다.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은 파생물이 핵무기인 것이지요. 북미 간의 적대관계가 종식되지 않는 한 북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향 조치는 내오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평화체제를 말하는 것은 남북간 평화체제가 구축이 되면 북과 미국을 외교와 협상으로 종전을 넘어서 평화로 나아가게 하는 견인역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3자가 함께 평화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의 하나 미국의 발목을 잡는 세력이 있어 지연이 된다면 남북간 평화체제 구축을 꾸준히 밀고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구축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북의 비핵화를 가져올 수 없겠지만 북미 평화체제를 이끌어내는 핵심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정 : 최근 뉴욕타임즈 보도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북이 약속을 어기고 삭간몰 기지에서 미사일 실험을 한다는 등의 이야기인데요. 이 기지는 이미 공개된 것이고, 모든 기지를 신고하겠다고 약속한 적도 없다는 반론도 나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봐야 할까요. 계획된 보도인지 아니면 기자나 뉴욕타임스만의 생각으로 우발적으로 보도된 것인지요.

 

서 : 조세프 버뮤데스 라는 사람이 있어요. 정체를 알기가 좀 애매한 사람이지요. 일반인이 접하기 어려운 정보들을 이용하고 그러한 정보에 기초해서 북한의 군사 관련 글을 발표해 왔어요. 이번에 보도된 삭간몰 미사일 기지에 대한 보도도 그 사람이 한 것이지요. 빅터 차도 그 연구에 참여했지만 버뮤데스의 작품 같아요.

 

일차적으로는 CSIS(전략국제연구센터)에서 북미대화 외교에 대해 일종의 견제를 하기 위한 목적을 갖고 한 것이 맞는 것 같아요. CSIS의 보고서 형식으로 나왔지만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워싱턴 안에 있는 정책결정집단의 의지를 반영한 측면이 존재해요. 그런데 보고서 내용 자체는 사실 조심스럽게 썼고 한국어로 번역 됐을 때는 미신고시설이라고 나옵니다. 신고가 되어야 할 게 신고 안 된 것처럼 나왔지만, 영어로는 undeclared 즉 ‘선언되지 않은’이라고 돼 있거든요. 엄밀하게 말해서 맞는 말이에요. 그런데 군사기지를 여기 있다고 선언하는 나라는 없지 않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표현한 것은 틀리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조심스럽게 썼는데. 뉴욕타임즈에서 과대하게 부풀렸다고 봐야죠. 보고서와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에 리온 시걸이 뉴욕타임즈 비판 기사를 썼는데. 잘 지적했어요. CSIS 보고서의 의도가 의심되는데 이 보고서는 조심스럽게 작성되어 있다고 해요. 그런데 뉴욕타임즈는 그것을 확대해석해서 위협을 확대했어요. 이것도 워싱턴 내의 언론정책결정집단의 반협상, 반트럼프 기류의 반영이라고 보입니다.

 

그 이상으로 기획을 확대해서 해석하는 것은 조심해야 해요. 미 군부 혹은 정부와 교감하에 보도한 것으로 의심하던데 이건 조심해야 해요. 버뮤데스가 군 내의 정보계통과 관련 있는 것 같긴 한데 이 사람의 활동이 그쪽 사람들의 바람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에요. 군은 군의 특성상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는 것이 있기 때문에 미 국방부 안에서도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이 있겠지만 군복을 입고 있는 한 공식적으로 반대할 수는 없어요. 그런 사람들이 비공식적으로 접촉을 할 수는 있지만 그것을 국방부의 의도로 해석하는 것은 과대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 일이 미국 시스템 하에서 일어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요. 

 

정 : 얼마 전에 중간선거가 있었습니다. 중간선거 직전까지 고위급회담이 있을 거라고 하다가 중간선거 끝나자마자 취소되었지요. 그런가 하면 볼튼 같은 사람이 북미정상회담이 있을 거라고 하거든요. 중간선거가 미친 영향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트럼프 사진.jpg

 

미 중간선거로 공화당이 트럼프당으로 안착

이제 트럼프틑 자기 소신대로 외교 정책 펼칠 것

 

서 : 중간선거 전에 정상회담이 있을 거라는 낙관적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거는 비현실적인 기대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선거유세에 직접 뛰어들어요. 한국과는 다르죠. 대통령이 선거유세에 손을 걷어붙이고 나서요. 이번 중간선거에서도 트럼프가 유세에 굉장히 많이 나갑니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정상회담 일정은 불가능했어요. 선거유세를 통해 트럼프가 자기를 지지하는 후보들을 집중적으로 지원 사격했습니다. 하원이나 상원의원 중에서 자기를 밀어줄 사람들을 집중 지원했고, 그들 대부분이 당선이 됐어요. 예를 들어, 텍사스 상원의원 탯 크루즈의 경우, 트럼프 지지자도 아니고 오히려 지난 대선 때 강력한 경쟁자였어요. 당선 이후에도 트럼프를 견제했어요. 차기 대선에서 트럼프 대항마가 될 수 있는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엄청난 추격을 받았어요.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니까 트럼프에게 SOS를 쳤어요. 트럼프가 가서 텍사스에서 지원 유세를 했어요. 그 덕분인지 모르지만 재선에 성공했어요. 이게 중요한게 트럼프 입장에서는 차기 대선 경선에서 탯 크루즈가 자기 대항마로 나서는 것을 막아낸 것입니다. 자기 지지 세력으로 만든 것이지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었지만 공화당에서 세력이 없어요. 갑자기 굴러들어 온 돌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중간선거에서 굴러온 돌이 박혔던 돌을 밀어내고 자기 사람 심어놓은 것입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공화당이 트럼프당이 됐다는 것입니다. 트럼프가 공화당 주류세력이 됐다는 것이고요. 민주당이 하원 차지하고 공화당이 상원 지킨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화당이 트럼프 당이 됐다는 점입니다. 이건 트럼프가 자기 소신대로 더 나갈 거라는 걸 뜻합니다.

 

당내 자기 기반을 확실히 굳혔기 때문에. 자기 소신대로 외교 정책을 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해서 차기 대선으로 질주할 것입니다. 의회가 외교안보정책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하원, 상원 갈라져 있어서 의회가 트럼프를 견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트럼프 입장에서는 탄핵이 큰 변수였는데 하원에서 탄핵 시작해도 상원에서 막을 수 있게 됐습니다. 북미관계에서는 예산이 드는 거면 상하원이 지지하는 게 필요한데, 평화체제 만드는 것은 예산이 드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예산을 줄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의회 허락이 필요 없어요. 나아가서 평화협정이 문제가 되면 비준이 중요한데 비준은 상원이 하니까 하원의 역할이 없어요. 연락사무소 수준이라면 상원의 동의도 필요 없겠지만, 대사급까지 간다면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상원의 역할이 중요해요. 상원을 트럼프가 차지한 것은 북미관계에 나쁘지 않아요. 

 

트럼프가 오히려 자신감을 갖고 북미관계를 진척시킬 수 있고, 재선이 가장 큰 관심사일 텐데, 재선이 되는 거라면 뭐든지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중간선거 때문에 약속을 뒤집는다는 것은 전혀 맞지 않는 분석이라고 보아야지요.

 

김정은 시대를 이해하려면 먼저 김정일 시대 재평가 필요

김정일 시대는 경제재생의 기초를 닦은 시대

 

정 : 이후 북의 변화는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갈까요? 한반도 평화를 지지하는 세력 중에도 북이 개방될 거고 경제적으로 대박이 난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고, 또 한편에서는 사회주의 체제를 강고히 지킬 것이다, 이렇게 나뉘는데 어떻게 보시나요?

 

서 : 경제가 최우선이라는 것은 확실해요. 김정은 시대 들어서 여러 개방적인 모습 보이고 시장주의적인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런 것 때문에 사회주의와는 다른 길로 가는 것 아니냐고 판단하는 분들이 있는데, 장마당이 몇 백 개가 된다고 하지요. 

 

저는 김정은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김정일 시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정일 시대에 일어났던 게 북과의 교류가 끊겼던 10년 사이에 있어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만, 김정일 시대에서 중요한 게 경제재생의 기초를 닦아 놨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장마당이 활성화되는 것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장마당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농업이 살아나나요?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어요. 농업도 분조제까지 내려가 2-30명 단위에서 5-6명까지 내려갔다고 합니다.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강조한다고 해서 이 사람들이 비료를 갖다 쓸 수 있고 물을 댈 수 있겠는가 이런 질문이 생겨요. 분명히 보면 땅에 물과 비료가 공급되는데 어디서 오는가. 이건 개인이 사다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요.

 

기본적으로 김정일 시대에 중화학공업-흥남비료공장 같은 것-을 다시 살려놓고, 완전히 못쓰게 됐다가 더 크게 개건한 게 김정일 시대입니다. 비료생산이 더 확대된 겁니다. 김정일 시대에 대형관개수로 사업을 하고 산 정상 근처에서 물을 막아 땅굴을 뚫어 자연식물흐름길, 중력을 이용해서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관개시스템 건설 등 이런 대규모 관개수로작업들, 정밀공업 CNC 등이 도입된 게 다 김정일 시대에 이뤄진 것입니다.

 

이런 것들은 투자는 필요한데 결과를 내는 데는 시간이 필요해요. 그런 것들이 김정일 시대에 많이 이뤄졌고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봅니다. 김정은이 하는 것은 그 기반 위에 소비재나 실생활에 필요한 물품들을 확대 공급하는 교통 운수 확대, 관광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서 삶에 직결되는 부분들을 많이 다루는 것입니다. 밑바닥을 김정일 시대 때 재구축하지 않았으면 이런 조치들 취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김정은은 이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것이죠. 더 빨리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외적인 교류, 지금으로서는 관건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젊은 학자들을 캐나다로 보내서, 얼마 전에 JTBC에서 나왔던데 벌써 7년인가 됐다죠. 경제학자들을 캐나다 유비씨 대학에 보내서 자본주의 세계 경제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배우고 돌아갔어요. 이들이 경제특구 만드는 데 핵심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런 것들 봐서도 기반이 어느 정도 됐고 소비재도 어느 정도 풀리고 있다고 생각해서 이 기반 위에서 세계와의 교류를 더 확대하고 이를 통해 비약적 발전을 또 한 번 이루겠다는 구상이 있다고 봅니다. 선경노선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 앞으로 지속될 수 있는 노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 변수는 미국이 어떻게 하느냐는 부분인데. 북의 기본적인 방향이 선경노선이기 때문에 대미정책에서도 그 기조 속에서 완급을 조절하면서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 문재인 정부의 평화 정책이 촛불 시민의 힘이 바탕이 됐지만, 그 자체의 노력에 대한 평가에 인색해서는 안 된다고 앞에서 말씀하셨는데요. 현 문재인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죠. 

 

서 : 2018년의 큰 변화를 만들어 내는 데 문재인 정부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문 정부 스스로가 그 역할을 다시 평가해보고 재확인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한국의 승인 없이는 안 된다는 것, 한미군사훈련을 연기시킴으로써 북의 상응조치를 이끈 것 등을 깊이 인식한다면 앞으로도 한국이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결론이 자연스레 나온다고 봅니다.

 

미국과 북한 협상이 우여곡절이 있을 거고 국내외에 딴지 거는 세력이 있을 수 있지만, 2018년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은 문재인 정부가 한 걸음 헤쳐 나갔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촛불을 믿고 그런 조치를 취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겠지요. 2018년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 속에서 2019년을 준비했으면 좋겠습니다.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문재인 정부가 확신을 가지고 앞서나가면서 북미 남북관계를 선도해 나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정 : 마지막으로 주권자전국회의에 바라는 말씀 한 마디 해주시죠.

 

서 : 문재인 정부가 확신을 가지고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주권자전국회의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지지할 것은 지지하고 비판할 것은 비판하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도록 촉진하고 추진하는 힘이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금은 남북관계가 정부주도지만 시민사회가 직접적으로 관계를 갖고 교류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남북미관계에서도 정부간 외교에 맡겨져 있는데 미국 평화세력과 연대해서 미국의 정책이 보다 진전될 수 있도록 주권자전국회의가 보다 친미조직으로 되어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웃음) 

 

이래경 : 교수님 인터뷰를 들으면서 공부 많이 했습니다. 제가 좀 보충 질문을 하겠습니다. 미국 내 친구들이 이미 트럼프는 네오콘의 포로가 됐다고 하던데, 존 볼턴이 활동카드인가 아니면 존 볼턴을 통해 트럼프를 옥죄는 거 아닌가 하는데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서 : 부시 때 경험이 강렬하게 남아있어서 네오콘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저는 부시 때와 지금은 완전히 상황이 다르다고 봐요. 부시 때는 볼턴만 있었던 게 아니라 체니가 네오콘 수장으로 부통령을 차지했지요. 그 밑에 보면 국방부, 외무부 등 주요요소에 네오콘이 자리를 장악했어요. 콜린 파월이 국무장관이었지만, 밑 사람들이 지들끼리 거래를 했고 국방부 네오콘들이 자기 네트웍이 있었어요. 행정부를 장악했을 뿐 아니라 자기들의 블루프린트를 이용해서 활동을 했지요. 그런 네오콘이 붕괴했다고 봐야 합니다. 이라크 전쟁이 자기 예견과는 달리 진행된 것이 결정타였지요. 후쿠야마도 네오콘의 나팔수 노릇을 했는데 완전히 전향선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네오콘을 떠나요. 물론 남아 있는 사람도 있지만. 응집력을 갖는 조직으로서는 이미 힘을 잃었고, 더 중요하게는 트럼프 행정부를 장악하지 못했어요. 폼페이오도 아니고 국방부도 아니고 그 밑 차관들도 네오콘이 아닙니다. 볼턴만 네오콘인데 부시 때와 달라요. 네오콘이 변한 국제상황에 대한 블루프린트도 없어요. 볼턴만 보고 네오콘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시행정부에 대한 반작용이 너무 큰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정 : 장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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