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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촛불의 일상화에 대한 모색 ‘3·1서울민회’

ㅡ3·1혁명 100주년 기념 민회를 제안한다-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주권자전국회의는 지난 11월 1일 열린 <시민포럼>에서 '촛불 이후 새로운 민주주의 모색'을 주제로 민회포럼을 진행했다. 이 날 발표된 논문을 소개한다. 이 글은 주권자전국회의 회보 '주권자' 4호에 게재되었다. 

 

 

 

민회가 제기되는 배경

 

현재의 대의제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 대다수는 만족해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서 우려를 하거나 불신하고 있다는 것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국회나 지방의회가 민(民)의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지 않고 의원들 자신 혹은 소속 정당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는 것은, 그들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조사를 통해 여러 번 밝혀진 바이고 오죽하면 국민들은 믿지 못할 직업의 대표적인 경우의 하나로 국회의원을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의 발전은커녕 국민들의 정치 혐오로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러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해 많은 전문 지식인이나 시민운동가들이 직접민주주의를 그 대안으로 제기하였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바야흐로 민주주의는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민에 의한 직접민주주의로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도 분명하지는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6년과 2017년 겨울의 촛불 혁명은 국민 대중의 강력한 힘으로 적폐 정권을 무너뜨린 것이지만, 궁극적인 방식은 대의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촛불의 압력으로 집권 여당을 분열시켰고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이 통과되었으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하게 한 것이었다. 이러한 절차를 밟는다는 것은 평화적인 방식으로 정권 교체를 이루고, 국민 다수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일차적인 목표가 달성된 뒤에 그 열기가 소진되어 버리고, 여전히 남아 있는 적폐에 의해 국정이 농단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작금의 현실이 그러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제는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나아간다고 하더라도 민의 직접 참여가 항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민회는 이러한 고민 속에서 제안된 것인 바, 아직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많은 견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 ‘민회’라는 개념 자체에 대해서도 이견이 많다. 여기서는 일단 ‘민회’라는 명칭으로 그 구체적인 내용과 실현 방식에 대해 제안을 해보려고 한다.

 

민회란 무엇인가?

 

민회란 무엇인가? 한 마디로 정의해 보자면 그것은 생활 정치 조직이다. 다시 말해서 국민들이 일상 생활 속에서 직접민주주의를 하는 조직체라는 의미이다.

‘생활’은 국민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의미한다. 국민 대중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들을, 국민 대중의 이익과 관점에 의해서, 국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논의하고 시행해 나가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국민의 직접민주주의가 실천되는 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자면 민회는 작은 단위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일단 기초 자치단체 내지는 그보다 더 작은 마을 단위가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정치’는 민회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무엇인지를 뜻한다. 국민 대중과 밀접하게 관련된 일들이라고 해서 지역적이거나 개별적인 이익에 머무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민회에서 다루는 내용들은 국민 대중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되, 가능하면 전국적이고 사회구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수반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의제 기구는 정치적인 일을 다루고, 민의 자치조직은 지역적이고 개별적인 문제만을 다룬다는 오해는 불식되어야 한다.

 

‘조직’은 민회가 상설적인 기구라는 의미이다. 그것은 한 번의 집회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일회적인 ‘공론의 장’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가능하면 모든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을 지향하고, 그것이 연속적으로 상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무기구를 두는 상설적인 조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리해 보면 민회는 일정한 단위의 국민 대중이 직접 참여하여 토론하고 의결하고 시행하는 회의체이다. 가능하면 많은 국민 대중이 참여할 수 있으려면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은 단위에서 구성되어야 한다. 아무리 작은 단위라도 모두 다 참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럴 때 쓸 수 있는 방식이 추첨제이다. 민회가 지속성을 갖고 움직일 때 추첨제를 하더라도 결국에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은 모두 참여할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민회를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앞에서 민회는 작은 단위에서 구성되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거기에 머무르면 지속성을 보장받을 수 없고, 실천할 능력도 가질 수 없다. 그래서 작은 단위의 민회들은 연결망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좀더 큰 단위의 민회를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이상적으로는 작은 단위가 모여서 큰 단위를 구성하는 것이 맞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그 역의 순서를 밟을 수도 있다.

 

현실의 역사에서는 모든 일이 평온한 가운데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느 시기에는 이전에는 예상하지도 못할 정도로 대규모의 일이 신속하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그러한 시기를 잘 파악하여 계기성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규모의 대중 열기가 선거 시기를 전후하여 혹은 어떤 기념일을 계기로 이루어졌던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민 대중의 열기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의제를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의제 역시 국민 대중의 의사를 수렴하는 상향식의 결정 방식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가능한 한 그것을 단일 의제로 정리해야 하고, 그 단일 의제로 각 민회가 통일적으로 토론과 합의를 해 나가야 한다. 단일 의제가 되기 위해서도 그 의제는 정치적인 것이어야 한다. 정치적인 것만이 각 단위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하나의 의제로 모아질 수 있다.

 

토론과 합의를 한다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각 단위의 민회는 적어도 세 차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1차로는 전문가의 발제가 있어야 한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사회에서 전문가들의 도움 없이 무조건 토론에 들어간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전문가의 발제를 듣고 2차로 민회에 조직된 의원들의 토론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내용을 문건으로 정리해서 민회에 참여할 기회를 당해 회기에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보고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민회의 한 회기를 마치면 그것을 보기로 해서 다시 같은 단위의 다른 지역, 아니면 좀더 큰 단위 혹은 작은 단위에서 적용해 나가야 한다. 이렇게 해 나가면 처음 시행했던 단위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도 민회가 구성되는 일이 생길 것이다. 그리하여 한두 군데에서 수십 군데로, 다시 수백 군데로 폭발적인 증가를 할 수 있다. 민회가 전국의 기초 단위에서 다수를 점하게 될 때 촛불의 열기는 상설화될 수 있고, 과제를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민회가 이상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곳은 읍면동 단위이다. 그러나 그 단위에서 민회가 현재 구성되기는 난망한 일이다. 그렇다면 시군구에서 할 수 있는데 그것 역시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시군구 단위로 참여하는 광역단위의 민회를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마침 서울시에서는 작년 6월항쟁 계승사업회의 경험으로 몇 개 구 단위에서 민회를 실시해 본 경험이 있다. 그러므로 서울시 단위로 하되 구 단위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앞에서 계기성을 이야기했다. 내년 3월 1일은 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때를 맞아 민국 100년이라는 의미로 다양한 행사와 기획이 예정되어 있고,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될 수 있는 시기이다. 이때를 계기로 삼아 3·1 100주년 기념 민회를 광역 단위인 서울시에서 구성해 볼 것을 제안한다. 민국 100년과 맞물려서 국민 대중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상을 제시하는 민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민회는 3·1운동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310명 정원으로 한다. 각 구의 인원수를 정하고, 앞에서 말한 세 가지 방식으로 인원을 선정하되, 정원을 넘게 되면 추첨하는 방식을 택한다. 세 차례의 과정을 모두 하려면 시기상으로 볼 때 내년 1월 중순까지는 마무리를 해야 한다. 그리고 1월 하순에 전문가 발제, 2월 초, 중순에 토론을 하고, 민회 본회의는 3·1절보다 1주일 정도 앞선 2월 23일에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3·1절 행사에 묻히지 않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나서 3·1절 행사 기간 혹은 그 직후에 보고대회를 하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관과의 관계이다. 민회가 직접민주주의라고 해서 관과 절연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더욱이 현재 민주적인 정부이고, 자치단체 역시 그러한 성격을 가진 곳이 많은데 무조건 민의 힘으로만 한다고 할 까닭은 없다. 그리고 관의 지원 속에 조직되는 주민자치회 등도 민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계할 수 있는 대상이라고 본다. 다만 민회는 민이 주체가 되고 어떠한 의제도 제한 없이 다룰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것만 확인된다면 다양하고 유연한 관계 설정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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