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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미투운동’의 본질과 몇 가지 오해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는 미투운동을 바라봄에 있어 진영논리를 경계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정해랑 공동대표는 "이른바 미투운동의 본질과 몇 가지 오해" 제하의 글에서 진보진영에서 가해자가 등장하는 것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진보의 길을 위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할 때도 우리 편이라고 두호하고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영논리에 빠져서 진보를 가로막는 일일 것이다"고 단언했습니다.  

"미투운동은 인간해방을 위한 역사적 행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라고 말한 정해랑 공동대표는 "따라서 음모론 따위의 진영논리로 보아서는 안 되고, 민주주의 운동의 발전 과정과 무관하게 이 시기의 풍조 따위로 보는 몰역사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다음은 정해랑 공동대표의 글 전문입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에서 시작된 이른바 미투운동이 우리 사회를 충격에 몰아넣더니 문화예술계, 문단을 거쳐 마침내 정치권까지 흔들어 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내용도 성희롱, 성추행에서 성폭력으로 점차 그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많은 생각을 했을 것이고, 지금도 하고 있을 것이다. 항간에 떠도는 말처럼 떨고 있는 남성들도 적잖게 있을 것이고, 아직도 숨죽이며 악몽 같았던 과거를 떠올리며 괴로워하는 많은 여성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미국에서 있었던 ‘미투운동’이라는 이름을 빌려서 일컫고 있고 그 내용들도 하루하루 우리를 충격에 몰아넣고 있지만, 폭로되는 내용은 우리가 양심을 갖고 냉철하게 주위를 둘러 본다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우리는 주위에서 숱한 성추행, 성희롱을 목격하고 전해 듣기도 하였으며, 권력에 의해 성폭력을 자행하는 일들을 적지 않게 보거나 들어서 알고 있다. 그 까닭은 이것이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있어 왔던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차별과 지배라는 보편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에 의한 여성에 대한 폭력적 차별과 지배는 모든 남성을 한편으로 하고 모든 여성을 다른 한편으로 해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힘을 가진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지배하는 것이 기본이고, 그에 따라 지배층 내의 남성이 피지배층 여성은 물론 지배층 내의 여성까지 억압하고, 피지배층 내의 남성이 피지배층 내의 여성을 역시 억압하는 등의 복잡한 양상을 띠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제는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보편성으로 하고,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특수성으로 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서 지배, 피지배 관계와 반드시 연관 지어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금 ‘미투운동’이 폭발적으로 벌어지는 것일까? 글쓴이는 앞서 ‘딸들아 일어나라’라는 글을 통해서 가해자가 몰락하는 시점이라는 것, 그러므로 적폐 청산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주장한 바 있다. 시간이 흐르고 ‘미투운동’의 정도가 격렬해질수록 글쓴이는 역시 그렇다는 생각을 굳히게 된다. 그런데 왜 출발에서 검사들의 문제였던 것이 이른바 진보진영 쪽 사람들이 가해자로 나오게 되는 것일까? 여기에서 여러 가지로 헷갈리는 견해들이 나오는 것 같다.

 

이른바 음모론이 등장한 것도 이런 까닭이고, 여전히 그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진보진영을 공격하기 위해 짜놓은 플랜으로 ‘미투운동’이 전개된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덮기 위한 것으로 이야기되기도 한다. 이러한 생각들은 ‘미투운동’이 인류 역사의 커다란 흐름 속에서 인간 해방을 위해 나아가는 도정에 있는 중요한 운동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나오는 것이다. 단언컨대 ‘미투운동’은 다른 어떠한 적폐청산에 못지않게 이 사회의 진보를 위해 중요한 운동이다. 다른 것 때문에 그 가치가 절하될 하등의 이유가 없다.

 

우리는 위의 음모론과 같은 생각을 진영논리라고 부른다. 진영논리에 대해서 잠깐 검토하고 넘어가자. 이 사회가 외세와 수구세력을 한편으로 하고, 그에 대해 저항하고 진정한 민주와 평화와 통일을 이루려고 하는 세력을 한편으로 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대립구도 자체로 이 사회를 바라보는 것을 진영논리라고 말하는 이들은 이 사회의 진보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다. 다만 사실을 넘어서 그리고 진보의 길을 위한 성찰과 반성이 필요할 때도 우리 편이라고 두호하고 나선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영논리에 빠져서 진보를 가로막는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으로 분류될 만한 사람들이 주요 대상이 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가해자들이 진보적인 사람들인지도 의문이지만 정치적으로 진보적인 사람일지라도 남성들이 그 가해자가 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더욱이 성차별의 문제에 대한 인식이 약했던 과거의 진보운동에서 그러한 행태는 많이 나타났었고, 진통을 겪은 적도 적지 않게 있었다. 그 가운데 피해자가 과감히 저항하고 폭로할 수 있는 의식과 여건이 마련될 때 이런 운동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금이 바로 그러한 시기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물론 글쓴이는 수구세력 속에서 이 운동의 가해자로 될 사람이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들이 대부분 아는 사실이지만, 박정희나 재벌 총수들이 얼마나 많은 여인들을 피눈물을 흘리게 하였으며, 그 가정을 파괴했었는가? 하지만 그것에 대해 최소한의 항의나 폭로조차 할 수 없었던 시기가 있었다. 그 뒤로도 수구세력은 숱한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이 가해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은, 진보진영에 비해 그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기 어려운 의식과 조건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인권 의식이 촛불 혁명과 정권 교체를 통해 비약적으로 발전할 때 성폭력으로 인한 여성들의 피해와 희생이 폭로되고 그에 대한 처벌과 성찰이 이루어진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고, 우리는 그러한 관점에서 지금의 ‘미투운동’을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여기서 특별히 강조해야 할 점이 있다. 지금의 ‘미투운동’을 민주주의운동의 역사적 발전 과정과 무관하게 생각하는 몰역사적 태도는 버려야 한다.

 

1986년에 권인숙씨가 성고문을 당했을 때 당시 민주화운동진영에서는 ‘여성의로서의 전도(前途)’를 포기하고 폭로하였다고 하면서 그 용기를 높이 사고 지지를 하였다. 성고문 당한 것을 폭로하는 것이 왜 여성으로서의 전도를 포기하는 것인가? 그 당시 국민 대다수가 그렇게 생각하였기 때문이고, 어쩌면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사람의 다수도 그러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지금도 미투운동에 나서서 과감히 성폭력을 폭로하는 사람들을 보고 불편한 감정을 가지거나 연민의 정이 앞서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세상은 많이 변했다. 그것은 많은 여성들이 싸웠기 때문이고, 사회 전체가 인권을 위해 싸워온 것이 여기까지 오게 한 것이다. 2년 전에 섬마을에서 여교사를 집단으로 성폭행하는 만행이 있었다. 그 여교사는 즉시 남자 친구에게 사실을 알리고, 경찰에 고소했다. 그 결과 범인들을 검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폭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일본군 성노예로 살아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이 왜 형식적이나마 민주화가 된 이후에 그 사실을 폭로할 수 있었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 이전의 군사독재가 그것을 억압했기 때문이고, 이 땅의 남성들이 (아니 이점에서는 여성도 마찬가지인데) 가해자에 못지않게 피해자를 비난하는 의식을 지녔었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지금의 미투운동을 앞서서 실천하신 분들이다. 이러한 것에 대한 확고한 인식이 뿌리내려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이 사회를 한발 더 앞서 가게 할 수 있는 길이다.

 

미투운동에서 제기되는 개별 사건의 진실 여부는 여기서 논할 문제가 아니다. 그 와중에서 억울한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 때문에 본질을 흐려서는 안 된다. 미투운동은 인간해방을 위한 역사적 행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다. 따라서 음모론 따위의 진영논리로 보아서는 안 되고, 민주주의운동의 발전 과정과 무관하게 이 시기의 풍조 따위로 보는 몰역사적 태도를 가져서는 안 된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하고 가능하기도 한 적폐 청산, 그것이 바로 ‘미투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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