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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과 남북정상회담 - 정해랑 주권자전국회의 공동대표

 

 

한반도에 봄이 왔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놀랍지 않은가. 57년 전 한 청년 학생이 대중 집회에서 절규하던 사자후가 이제 현실이 되어, 그것도 청년 학생들이 아니라 남북 양측의 정상이 각각 서울과 평양에서 출발하여 판문점에서 만나는 일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났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 일이다. 말 그대로 한반도에 봄이 찾아온 것이다.

 

물론 이 봄에 꽃샘추위가 있지 말란 법이 없으며, 옛 시인의 노래처럼 이 봄을 빼앗기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봄은 우연히 찾아온 것도 아니고, 자연의 봄처럼 인간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온 것도 아니다. 이 봄이 오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간절한 바람과 그에 따른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으며, 그만큼 이 봄은 이전처럼 그리 쉽게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염원을 모아 내어 이 봄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일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삼열 칼럼 사진.jpeg

 

 

‘평화의 봄’의 역사성

 

지금 찾아온 ‘평화의 봄’이 촛불 혁명의 결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까닭이야 여러 가지로 다른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촛불 혁명으로 분단 적폐 정권을 몰아내고 정권이 교체되어 이런 일이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하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현재의 ‘평화의 봄’과 촛불 혁명의 관계를 너무 피상적으로만 보는 것이다. 촛불 혁명은 4.19혁명 이후 줄기차게 벌여 온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를 돌이켜 볼 때 민주화투쟁은 그 성과를 어느 정도 획득하는 순간 바로 민족 문제와 통일 문제로 발전되어 나갔다.

 

생각해 보라. 4.19혁명이 성공한 뒤 청년 학생들은 곧바로 통일운동을 전개해 나갔다. 그때 나온 구호가 앞에서 말했던 그 유명한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만나자 판문점에서! 이 땅이 뉘 땅인데 오도가도 못 하느냐!‘이다. 그런데 그것이 5.16군사쿠데타에 의해 짓밟힌다. 하지만 1980년 5월 광주민중항쟁은 우리에게 독재의 지원자라는 미국의 존재를 새삼 일깨우게 하였으며, 1987년 6월 항쟁 이후 다시 청년 학생들의 통일운동이 힘차게 일어나게 된다. 이어서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이라는 민주 정부가 수립되면서 6.15선언, 10.4선언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촛불 혁명은 필연적으로 진행 과정 속에서 분단 극복과 외세로부터 자주라는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올해 들어 급속하게 화해와 평화의 기운이 한반도에 퍼지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평화의 봄’은 당연히 촛불 혁명의 결과이다. 이것은 누구의 이상도 아니고, 결단에 의한 것만도 아니다. 물론 남북 양쪽의 지도자들의 결단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이전에 도도히 흐르는 민중의 요구가 바로 분단 적폐 정권을 무너뜨리고 ‘평화의 봄’이 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던 것이다.

 

평화운동에 대한 고찰

 

이러한 시기에 우리 모두는 평화를 지키고 확고히 하기 위한 일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평화운동 하면 소시민들이나 하는 운동쯤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인류를 절멸시키고도 남아돌 만한 핵무기가 있는 현 시기의 지구상에서 평화운동은 이제 단순히 인도적 차원의 운동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인류의 파멸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이고, 인류가 지금까지 이루어낸 모든 진보적 가치와 제도를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우리가 서로 죽이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는 제도이다.”


어느 정치학자의 말이다. 좋은 말이지만 이 말이 실현되는 것은 제도나 문화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정적이 자신을 죽일 수 없게 만드는 부단한 투쟁 속에서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말의 기준을 따를 때 우리는 어느 나라보다 민주주의를 단시일 내에 발전시켜 왔다. 해방 전후와 1950년대까지 우리 사회는 정적을 암살하고, 조작 등을 통해 사법 살인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것은 박정희 정권 때도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정권 때도 그 정도는 약해졌지만 역시 그러했다.

 

지금 정치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키는 것에 저어함을 느끼는 것은 광주민중항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고문당하다 죽는 일이 없어진 것은 박종철 열사와 그의 가족 덕이다. 최루탄을 맞아서 죽지 않는 것은 이한열 열사와 그의 가족 덕이다. 무자비한 백골단에게 쫓기다 구타당하고 짓밟혀서 죽지 않는 것 역시 강경대 열사, 김귀정 열사, 노수석 열사와 그 가족들 덕이다. 물대포에 맞아 죽지 않는 것도 백남기 열사와 그의 가족 덕이다. 다시 말해서 앞서 가신 열사들은 우리 대신 죽은 것이며, 외세 추종 독재세력들을 무장해제해 온 것이다. 그것이 바로 군부대 투입까지 검토했다고 하는 박근혜 정권이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평화적으로 쫓겨나서 감옥에 갈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이다.

 

그러면 이제 무엇이 남았나? 바로 전쟁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친외세 수구세력들은 악을 쓰면서 평화의 분위기에 훼방을 놓으려 하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 일본의 극우세력들이 경거망동을 하지 말란 법이 없다. 전쟁이 난다면 우리의 목숨과 생활 터전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요, 지금까지 우리가 이루어 놓은 모든 진보적 성과들이 다 날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적 제도도, 언론 자유도, 노동 조건도, 노동자의 권리도, 집회 결사의 자유도, 성평등도, 환경의 개선도, 복지의 성취도 모두 잿더미가 될 수밖에 없다. 그 뒤에 오는 것은 친외세 수구세력들의 공포 정치이다. 아니 그것조차 존재할지도 의문이기는 하다. 그러므로 평화운동은 인도적 차원의 소시민적 운동이 아니다. 이 땅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절체절명의 운동인 것이다.

 

정해랑 대표님 글.jpg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모이자 광화문 광장에서

 

이러한 때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너무나 자명하다. 국민 대중의 힘으로 분단 적폐 정권을 몰아내었으니, 국민 대중의 힘으로 적폐 청산을 하고 ‘평화의 봄’을 지켜 내야 한다. 그 누구라도 이 땅에서 전쟁을 일으킬 생각을 한다면 국민 대중이 용서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한 의지로 보여 주어야 한다. 누군가 말했듯이 백만이 넘는 국민이 손에 손을 잡고 장미꽃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였을 때, 밤이면 그들 손에 촛불이 들려 있을 때,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염원한다는 우렁찬 외침이 그들 속에서 들릴 때 우리는 진정 ‘평화의 봄’을 지키고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맞이하여 이 땅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위해 평생을 헌신해 오신 원로들(이창복, 함세웅, 신경림, 오종렬, 윤수경, 이만열)이 공동위원장이 되어 “촛불, 평화의 봄을 부른다”라는 제목으로 대중집회를 열 계획이다. 4월 21일(토) 17시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다. 정상회담은 남북의 두 지도자가 현명하게 할 것이라고 믿지만, 그 어떤 외압이나 내부 갈등이 조금이라도 있어서는 안 되고, 그것을 이겨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원동력은 바로 촛불의 힘, 분단 적폐 정권을 무너뜨렸던 국민 대중의 힘일 것이다.

 

남과 북의 정상은 판문점에서 만나고, 그에 앞서 우리 모두는 광화문 광장에서 모여 ‘평화의 봄’을 지키기 위한 힘찬 구호를 외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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