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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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 “최저임금법 개악, 문재인 정부는 참여정부의 전철을 되풀이하려는가”

 

국회가 마침내, 기어코 최저임금법 개악을 강행하고 말았다.

우리는 진작에 환노위가 법안소위에서 관례조차 무시하고 동 법안을 표결처리했을 때도 이의 부당함을 성명을 통해 지적하고 차라리 ‘가만히 있으라’고 요구했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양대정당은 국민의 절규와 호소조차 들으려 하지 않고 끝끝내 야합을 감행한 것이다.

 

‘최저임금법’은 이제 더 이상 동법이 규정하고 있는 바대로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기하기 위해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는 법이 아니고, 기업이 노동자에게 지급해야 할 노동의 댓가를 최대한으로 줄이도록 허용해주는 악법이 되고 말았다.

 

우리는 역대 수구보수 독재정권에서 이름과 실제 내용이 정반대인 사례를 수없이 경험한 바 있다. 대표적인 것이 한국적 민주주의라는 미명 아래 공포정치를 자행한 박정희의 유신 쿠데타였고, 그를 이은 전두환은 소위 민주와 정의라는 이름 아래 파쇼적 군사독재로 동족을 학살하고 탄압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현 문재인 정권의 전신인 참여정부 역시 이름과 정반대인 법을 수구정당과 야합하여 날치기 통과시킨 전례가 있다. 오늘날 이른바 헬조선의 상징인 비정규직 대란의 발단이 된 지난 2006년 말의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기존 비정규직 관련 규정을 위법으로 판결한 대법원 판례를 명분 삼아 관련법을 손본다는 핑계로, 정작 법에 규정된 부문 외에는 비정규직 채용을 금하던 네거티브 조항을 정반대로 법에 적시된 부문 외에는 무제한으로 비정규직을 둘 수 있도록 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바꾸는 법에 황당하게도 비정규직보호법이라는 참람한 이름을 붙여, 당시 한나라당과 야햡해 민주노동당 등 진보민중진영의 격렬한 저항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날치기 통과시켰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악 강행의 데자뷰를 보는 듯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법의 기본급 기준과 퇴직금의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양자를 통일시키기 위해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수당 산입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비교할 수 없는 개념을 무리하게 비교하는 억지 논리에 불과하다. 최저임금법의 취지에 따라 노동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해야 하는 게 상식적이고 합리적일뿐더러, 최저임금과 퇴직금 기준을 단순비교하는 것은 예컨대 지난 2015년 말의 연말정산 파동 당시 소득공제 기준을 세액공제 기준으로 전환시켰을 때 언론에서조차 양자의 차이에 대한 무지를 드러냈던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바로 그 참여정부는 흔히 “좌회전 신호 켜고 우회전”했다는 비판을 지지자들로부터도 받았다. 당시는 그나마 IMF 사태라는 초유의 경제위기가 완전히 극복되지 못한 상황이 어쨌든 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데 대한 참작의 사유가 됐었다면, 지금은 전혀 상황이 다르다.

현재 정부와 기업, 수구보수세력이 왜곡 선동을 앞세워 문제 삼고 있는 최저임금의 진실은, 서민과 영세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1차적인, 그리고 가장 큰 책임이 최저임금 인상이 아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임대료와 프랜차이즈 본사 또는 원청 대기업의 가혹한 갑질에 있다는 것이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이 진실을 외면하고 얼토당토 않게 힘없는 을들에게 고통의 원인을 전가시켜, 정작 양 아흔아홉 마리를 가진 부동산 토호세력과 재벌 대기업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가 간신히 천신만고 끝에 싸워 얻어낸 양 한 마리를 도로 뺏어가려는 정부 여당의 폭거는 한마디로 후안무치하기 이를 데 없으며, 선거를 앞두고 이른바 보수 표심에 영합하려는 기회주의적 작태이자 실제로 영세상공인 자영업자들의 고통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감추기 위한 대국민 기만에 다름 아니다.

 

차라리 우리는 정부 여당이 기존에 최저임금 기준 기본급에 포함되지 않았던 각종 수당 등을 산입범위에 넣어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맞추겠다면, 굳이 2020년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더 쉽고 간단한 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즉 당장 최저임금을 기본급이 아니라 임금총액 기준으로 바꾸면 될 일이다.

아니 차라리 명목소득은 1만 원으로 올리고 인플레를 유발시켜 실질소득을 대폭 낮춰, 그 이익을 고스란히 기업들이 차지하게끔 재정정책을 펴는 건 어떤가? 어차피 모로 가도 최저임금 1만 원을 맞추기만 하면 되는 거라면, 이런 방법이 더 확실하고 화끈하지 않은가?

 

상식을 가진 모든 사람은 이를 궤변이라고 비판할 것이다.

당연히 궤변이 맞다. 정부 여당이 지금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넓히는 방법으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맞추겠다는 발상 자체가 바로 그런 궤변인 것이다.

여당 원내대표인 홍영표 의원은 이미 노동자가 양대 노총 조합원들만 있느냐면서, 마치 최저임금에 상여금과 수당 등을 끼워넣는 것이 대다수 미조직 노동자들을 위한 법인 것처럼 어처구니없는 궤변을 폈다.

나름 한국 노동운동사의 한 획을 그었던 당사자가 이제 궤변으로 자신의 출신을 부정하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이 오히려 더 민망하고 안쓰러울 뿐이지만, 한 개인의 추한 변신을 넘어 이번 국회 표결에서 그동안 국민에게 진정성을 평가받아온 몇몇 민주당 의원들조차 최저임금법 개악에 가담한 모습은 우리를 더욱 참담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들의 진정성에 대한 마지막 기대로, 기왕에 어떤 이유로 잘못된 판단을 내렸든 간에 결자해지의 자세로 국회 안에서 재개정에 앞장서 주기를 강력히 요청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스스로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고자 한다. 대통령에게 정말 노동자를 위한 진정성이 있다면,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해야만 한다.

기업들이 주가 관리에만 몰두하듯 이 정부가 기념사 정치라는 혹평까지 들어가며 이미지 연출로 지지도 관리에만 집착하지 않기를, 과거 참여정부가 잘못된 판단과 정책으로 노동자 민중, 서민을 외면하고 자기 파탄의 길을 걸었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를, 적폐 청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이 정부가 해야 할 몫이 너무나 많고 중요하기에 우리는 진심을 다해 간절히 바라고 기대한다.

 

2018년 5월 29일

주권자전국회의 대변인 최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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